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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니의 일상 글

아기 펭귄 같았던 딸래미

by 북마니와 영어, 독서, 그리고 일상의 기록 2024. 9. 21.

여름 즈음 부터인가 딸이 스케이트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학교 친구중에 누군가가 피겨스케이트를 배운다고 했던가..  또 레크레이션 센터에 수영을 하러갈때, 피겨 클래스에서  예쁜 피겨복을 입고 스핀도 돌고 점프도 하는  여자 아이들을 보면서 마냥 동경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어찌 어찌 엄마들에게 물어보아서,  Canskate라는 프로그램을 등록했고 9월 11일 부터 처음 레슨이 시작되었다.  딸아이는 스케이트장에서 행여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단단히 무장을 하고 자신만만하고 기쁨 그득한 얼굴로 스케이트장에 입장했다.  멋지게 스케이트를 탈 상상만 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너무나도 당연하게 딸아이는 스케이트를 잘 타지 못했다.  몇걸음 가다가 꽝 넘어지고 비틀비틀 거리고 양 팔로 중심을 잡기에 바빴다.  그러자 딸아이의 얼굴색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속상한 표정으로 변했다.  그리고 빙판위에서 눈이 마주칠때마다 "집에 가고 싶어" 라고 말하는 입모양을 읽었다.  걱정이 되었다. 아.. 재미없다고 하겠구나, 하기 싫다고 하겠구나... 아니나 다를까, 50분의 시간을 간신히 버티고 나와서 하는 말은 " 스케이트 재미없어. 안해" 였다.

 나는 당연히 안된다고 했다. 벌써 한 한기동안 스케이트 배울 돈을 다 내버렸고, 한번하고 그만두면 그돈은 다 없어지는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뿐 아니라, 한번하고 어려워서 포기 해버리면, 포기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원래 무슨일이든지, 한번하고 쉽게 되는 일은 없다고 말해주었다. 이런 저런 나의 설명에도 뾰로퉁 하고 그래도 가기 싫다고 했었다. 

그런데 두번째 레슨을 받는 날에 기분좋아했고 웬지 잘 할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스케이트장에서도 스케이트를 신고  뭔가 더 당당한 모습으로 입장했다.  감사하고 신기하게도 첫날 레슨때보다 좀더 안정적인 모습으로 스케이트를 탔고 엉덩방아를 찧는 회수도 많이 줄었다.  팔을 퍼득퍼득 거리면 중심을 잡고, 두꺼운 스키바지지를 입고 스케이트를 타면서 아장아장 한걸음 씩 스케이트를 탄 발을 내 딛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기 펭귄 같아보여서, 너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약 한시간의 레슨 시간이 끝나고 스케이트장에서 퇴장하는 딸은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 첫번째 때보다 훨씬 더 잘된다고, 다음시간에는 더 잘할거라고 말했다. 나도 그말에 동의하면서, 처음에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해보기로 한것 정말 잘한 결정이야라고 용기를 주었다.  딸은 엄마말이 맞다고 동의하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딸이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안되기로 한 결정이 얼마나 훌륭하고 멋진 것이라는 것을 깨닫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고, 그 새로운 일을 지속하는 것은 어쩌면 더 큰 용기와 실행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