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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마니의 일상 글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것 (1)

by 북마니와 영어, 독서, 그리고 일상의 기록 2025. 4. 24.

마흔이 훌쩍 넘어서야 감정에도 주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름지기 주인이란 집이나, 자동차, 물건의 소유자에게 붙어지는 이름인줄만 알았는데, 감정에도 주인이 있다니.

나의 이 깨달음의 모든것은 Thanks To 나의 나르시시스트 구 친구이다. 그 구 나르친구의 존재와 알아차림 덕분에 내 삶이 완전히 뒤집어 졌고 거꾸로 흔들려져서 탈탈 털려졌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감정의 주인이라는 컨셉조차 모른다는 것은, 당연히 내가 감정의  주인 노릇을 하지 못하고 살아왔음을 뜻했다. 많은 고민과 고통의 시간 끝에 난 감정의 주인은 커녕, 내 감정을 모르는 인간으로 마흔이 훌쩍넘은 때까지 살아왔음을 깨달았고 많이 슬펐다.

 

<a href="https://www.freepik.com/free-vector/hand-drawn-venetian-carnival-charactercollection_11833563.htm">Image by pikisuperstar on Freepik</a>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써 내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 미친듯이 살았다 까지 가기에는 너무 웅장하고 과대포장이 뻔하니..  내 한 몸과 가족을 먹이고 입히고 돌보기에 바쁜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돌보냐고 살수있겠냐고 되려 물음을 받는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역사가 있듯이, 감정의 주인이 아니라 감정분실인 또는 감정하수인으로 살아왔다면 그 사람의 역사가 그렇게 살게 만든것은 아닌지 한번 아니 여러번 되짚어 봐야 하지 않을까?

나의 역사를 한참이나 골몰히 들여다보니, 나의 역사가 이렇게 말해주었다.
" 너의 감정의 주인은 네가 아니라, 너의 부모님들이었어"

 

그렇다, 나의 감정의 주인은 나의 부모님들이 확실했다. 미성숙한 부모, 나르시시스트 성향이 깊었던 어머니, 경계성 성격장애 성향이 강했던 아버지, 그들이 나의 감정의 주인들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미성숙한 부모님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 지상최대의 목표였던 나는 나의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없었다. 부모의 기쁨이 나의 기쁨이요, 부모의 슬픔이 나의 슬픔이었다. 어쩌다 한번 느껴지는 나의 기쁨은 고달픈 부모의 생 앞에서 죄책감으로 변했다. 그렇게 부모의 감정이 나의 감정으로 끝났으면 그래도 좋았으려만, 감정 하수인의 자리는 점점 더 확장되어져서 다른 사람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느낄뿐 아니라 그들의 감정을 책임지려고 하고 있었다. 감정 하수인은 자신의 감정은 인정하지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자신의 것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기므로 자신의 감정은 물론, 자아감, 자신은 점점 사라지게 된다. 

나르 구 친구 덕분에 인간의 쓴맛을 톡톡히 본 나는 여러 책과 자료를 찾아 읽었다. 그러다 마주친 단어. 자아 ( 自我), 자아감(自我感). 자아가 뭐지? 자아감이 도대체 뭐야? 사실 많이 들어본 단어들인데, 자아라는 말, 자아감이라는 말을 이해할수 없었다. 나는 자아가있나? 자아감이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뭔지도 모르겠고 느낌도 오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자아가 보일똥 말똥 너무 희미해서 없는거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아감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모른다. 자신이 감정을 느끼는지 혹은 감정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감정이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자신의 감정의 주인이 될수 있겠는가? 자신의 감정의 주인이 된다는 것은, 그렇다, 자신의 감정을 알아야 함을 뜻한다.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첫 걸음이다.  자신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부터 인식해야한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은 인간의 기본 감정  6가지를 제시한다 :기쁨 (Joy),슬픔 (Sadness),분노 (Anger),공포 (Fear),놀람 (Surprise),혐오 (Disgust)이다.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

 

 

기본적인 6가지 감정이 나에게 나타날때 그것을 인식하고 느껴야 한다. 쉽게 말해 기쁜일이 있을때 기뿐감정을, 슬픈일이 있을때 슬픈 감정을. 화가나는 일이 있을때 분노의 감정을 느끼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내가 감정의 주인이 되는 첫 걸음이다. 가끔 방송이나 책에서 이렇게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본다. "슬픔이 뭔지 기쁨이 뭔지도 모르겠어요. 내가 이럴때 화를 내는게 맞나요? " 전형적인 감정 분실 사태이다. 고백하건데 나도 이런 사람이었다.  

감정의 주인은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다스리는 사람이다. 감정을 인식하는것은 감정의 주인이 되는 첫 발을 뗀것일뿐, 아직 "감정의 주인"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예를들어 주인이란 자신의 물건을 언제 사용할지, 사용하지 말아야 할지, 얼마나 자주 사용해야할지, 또 과하게 사용하지는 않는지를 안다. 감정의 주인도 마찬가지다.  내가 기쁨, 슬픔, 분노, 혐오 등의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것이 적당한때에 적절한 강도로  나에게 임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너무 적은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감정을 애매하게 느끼는 것이다. 주변 사람도 그를 감정이 적고 표현이 희미한 사람으로 인식하게된다.반대로  감정의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감정이라는 널뛰기에 휘둘려서 오버액션이 나타난다. 그러한 오버액션때문에 인간관계에 금이 가고 문제가 생기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과다. 예를 들어 화가났을때 분노의 감정을 적절히 다루지 못해 미친듯이 화를 내는 사람을 오래동안 친구로 두고 싶은 사람은 드물다.